2022. 11. 25. 23:03ㆍby 글생도K - People, Books & Life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초등학교 울타리에 붙은 플래카드의 내용이다. 독서를 권장하는 이 문구로 과연 아이들이 그 큰 뜻을 알아차리고 책을 읽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그 앞을 지나던 어느 행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미를 깨달은 표정을 짓기도 하고, 업무에 지친 직장인은 이마를 찌푸리면서도 음악을 들으며 여유 있게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리는 상상을 할지도 모른다.
정말 아름답다.
우연히 집어 든 책을 펼치고 그냥 첫 페이지부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읽기 시작했다.
「르노 강에 피는 사랑」
책 제목이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이려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아, 이건 단순한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었다.
2차 세계 대전 중, 일어난 전쟁 범죄를 다룬 깊이 있는 내용이다.
저자, 고든 글래스코는 이미 작고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출판된 것은 2003년이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며 이 명작이 세상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 하나로 묻힐 뻔했다.
험난한 출판과정을 거쳐 우리나라에 출판되어 이 생도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은 운명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운명'
1권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다. 엄밀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할리퀸 소설류의 단순한 스토리에 머리를 식힐 가벼운 사랑 이야기를 원했다.
책을 뽑아들때 했던 생각, '참, 소설 제목 진부하다. 르노 강에 피는 사랑이 뭐냐.'
내용에 빠져든 건 순식간이었다.
잠시도 우리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강력하고도 놀라우며 활력이 넘치는 대단한 소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뜨겁게 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2권은 어느 도서관에도 없었으며, 서점에도 없었다. 인터넷 중고 서점에서 2권을 구입했다.
이 책을 운명이라 여긴 건 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불현듯 마음으로부터 일어났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을 통해 진정한 사람으로 거듭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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