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성별, 신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2024. 2. 29. 22:38by 글생도K - People, Books & Life

신은 남자다?

여신 이시스=언스플래시 제공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건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겨 경전으로 삼고 유대교의 기초를 다질 무렵만 해도 이스라엘은 아직 작은 나라였고, 유대인들은 여러 민족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들은 경전 <토라>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꾸었다.

 

토라에는 신이 유대인인 아브라함을 시조로 삼고 유대민족과 특별한 계약을 맺었다고 적혀 있다. ‘선택받은 민족인 그들에게만 신이 보호를 약속했고, 그 대가로 유대민족은 신에게 절대적 복종의 의무를 진다는 말이다.

 

복종을 하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려주는 방향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이 자신의 대리인인 선지자 모세에게 십계명을 전해주었다. 십계명은 매우 특이한 표현을 쓴다. 모든 규칙이 ‘~하라또는 ‘~하지 말라로 끝난다. 신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각 개인에게 직접 말을 건 것이다.

 

함무라비 법전 같은 법률은 사람이 만든 것이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십계명은 신이 내린 것이기에 사람이 바꿀 수 없다. 살인하지 말라. . 어떤 인간도 그 계명을 흔들 수 없었고, 돈이 아무리 많고 권력이 아무리 많아도 누구나 그 계명을 지켜야 했다. 지금까지는 신에게 제찰한 것이다. 이 신은 인간이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친절하기에 바랐다. 한마디로 차라투스트라가 섬긴 불의 신과 같은 것을 원했다. 인간들이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유대인이 생각한 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그들의 신은 불멸의 존재가 된 인간이 아니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고, 인간에게 없는 모든 것이었다. 신은 보이지 않기에 모세와 그 민족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우상을 만들지 말 것이며,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이나 그것들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라.”

 

게다가 이스라엘의 신은 자기 말고 다른 신은 참지 못하는 질투심 많은 신이었다. 많은 신들 중 하나의 신이 아니라 그냥 신이었다. 신의 이름을 부를 수 없기에 유대교 경전은 신을 단 4개의 철자 JHWH로 표기했다.

하지만 신이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이 신과 소통한다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어떻게 신에게 말을 건단 말인가?

 

어떻게 신에게 기도를 드린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는 보이지 않는 신을 잘 모실 수가 없을 것 같았기에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신과 관련한 특정한 개념을 만들었다. 부를 수 없는 이름을 대신해 ‘아도나이Adonai'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아도나이는 ’나의 주라는 뜻이다. 그렇게 해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신은 남자가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유대인들은 남녀를 철저히 구분했다. 원죄의 이야기에서 교리를 끌어내고 법률을 만들었다. 여자들을 집 안에 가두고 남자들에게 철저히 복종하라고 강요하는 그런 교리와 법률 말이다. 유대인들의 기도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제가 이교도로 태어나지 않게 하시며···바보로 태어나지 않게 하시며···여자로 태어나지 않게 하시어···감사하나이다.”

사라진 여신

여신들은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처럼 여전히 큰 인기를 누렸고 고대 세계 전체에서 숭배를 받았다. 여신이 존재하면 여사제도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종교의 중요한 영역은 여성의 소관이었다. 출산과 생명, 죽음에 대한 지식으로 여사제들은 천상의 여신 못지않은 존경을 받았다.

 

유일신 신앙이 등장하면서 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일신 신앙은 일신교Monotheism라고 부른다. monos가 그리스어로 홀로라는 뜻이고 theos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유대 사원에서 여신 아세라Asherah를 없앤 것이 그 시작이었다.

 

사람들이 신을 모시기 위해 지은 사원에 어느 날 어떤 왕이 말뚝을 박았다. 아마 그 말뚝은 당시 가나안에서 사랑받았던 여신 아세라를 상징했던 것 같다. 심지어 아세라를 야훼의 신부로 여겨 비석에 그의 아세라라고 적은 글도 남아 있다. 그러나 훗날 한 유대 왕이 아세라를 몰아내기로 결심했고, 그때부터 예루살렘의 사원은 변치 않는 한 분의 남성 신만을 모시는 성전이 되었다. 아세라와 더불어 유대 신앙에서 마지막 여신이 사라진 것이다.

 

유일신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언젠가부터 유럽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여신이라는 관념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신과 더불어 여사제도 사라졌고, 여성이 사원과 신전에서 배척당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결론

그리하여 여자들이 태어나지 않았기에 유대교인 남자, 남자신이 모두 멸족하였다. 

 

 

'by 글생도K - People, Books &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라톤  (0) 2024.03.28
최면  (2) 2024.02.29
요부, 마타 하리  (0) 2024.01.25
자비를 팔다, 마더 테레사  (0) 2024.01.25
[살아보자] 프리드리히 니체  (1)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