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이런 날도 오는구나

2022. 12. 3. 16:38by 글생도K - People, Books & Life

음악을 들으며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집안 일도 한다.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명상 음악을 작게 틀어 놓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발랄한 어쿠스틱 팝송을 들으면 기분이 밝아져 좋다. 자주 듣고 싶은 음악이다.


10대 시절엔 헤비메탈을 좋아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우상이었다. 아디다스 신발을 신고 웃통을 벗은 채 다리 한쪽을 흔들며 거대한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의 모습, 그의 목소리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의 음반이 있다. 안 들은지 꽤 됐다. 얼마 전 서랍 안에서 먼지가 쌓여가던 테이프와 CD를 몇 개만 남기고 모두 갖다 버렸다. 미련이 전혀 남지 않는다. 시원하다.

필요한 음악은 핸드폰이나 PC를 통해 잠깐 들으면 된다.

쓸쓸하거나 지나친 고요가 싫을 때, 음악을 들을뿐 음악에 대한 열망이 특별히 없다.

 

20221203_114950.jpg
0.04MB

 

20221203_115040.jpg
0.04MB


음악에 문외한이며 관심조차 없지만 우리의 것이 세상을 주름잡는다니 궁금해졌다.

가족과 친구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상실감과 쓸쓸함이 밀려오는 시기이기도 했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니, 뮤직 비디오로 봤다.

레드 벨벳 아이돌 그룹 일본 공연 버스 광고

그러다 케이팝 커버 댄스(k-pop cover dance)라고 붙은 영상을 보았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케이팝 아이돌의 춤 동작을 해내는 것이었다.

그걸 보며 즐거워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고, 삶의 의욕이 되살아났다.

그들이 그 영상을 찍은 공공 장소 - 관광 명소, 상점 거리, 주택가, 차 없는 도로, 빌딩 위, 박람회 전시장 안, 쇼핑 타운 안, 공원, 광장 등

찍은 영상 속의 배경을 보며,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의 일부분을 구경하기도 했으니 나름 해외여행을 한 셈이다.(하하하)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고교 시절 은 씨 성을 가진 음악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은 이탈리아인지, 오스트리아에서 유학을 했다고 들었다.

그 선생님은 서양 클래식 전공을 했고 바흐, 헨델, 모짜르트, 베토벤을 언급하곤 했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서양 음악을 전공하고 나서 오히려 우리 음악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 서양 고전은 웅장하긴 해. 그런데 중독되진 않아. 우리 음악은 귀를 맴맴 돌아. 우리 민요와 판소리, 이런 걸 서양애들한테 알리면 우리 음악에 세뇌돼서 꼼짝도 못 할 텐데···" 마치 혼잣말처럼 웅얼거리면서 칠판에다 음표를 그리며,

"이 후렴구를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꿈에서도 들리지. 세뇌당하는 거지. 어떻게 이걸 좀 세계에 알릴 방법 없나."

안타까워하시며 베토벤처럼 곱실거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야. 우리나라가 어디인줄도 모르는데 무슨 우리 음악을 어디다 알려. 선생님이 정신이 나가셨나. 누가 알아준다고 저러냐.'

여전히 '고요한 아침에 나라'라는 쪼금 알려진 가난한 독재 국가. 

분단국가로 민족이 갈라져 총을 서로의 코앞에 들이대고 사는 별 볼 일 없는 나라.

 

'선생님!  은선생님! 선생님께서 바라셨던 바가 21세기에 이루어졌습니다. 아직 생존해 계신가요?'

 

경제적 부(富)를 이루고 정치적 자유 민주주의의 이룬 후, 백범 선생과 우리 음악 선생님이 갈망하시던 것이 이루어진 거다.

우리 민족 문화는 원래부터 근본적으로 찬란한 문화이지만, 표현의 자유가 없는 자유로운 정신을 훼손당한 억압당하는 국가에서는 결코 그 문화를 빛나게 할 수 없으며 발전하지도 못하며 개방할 수도 없으니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자유로운 k-pop의 표현이 세상을 사로잡을 만하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