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3. 23:58ㆍby 글생도K - People, Books & Life
'하루아침에 눈을 떠 보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1766~1824)의 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얼굴이 잘 생기고 절름발이인 이 청년 귀족은 태어날 때부터 정열을 그 몸속에 가득 안고 있었으며, 일찍부터 자유 분방한 생활에 몸을 맡겼습니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승원(僧院) 건물에 젊은 친구들을 모아 놓고 밤낮으로 먹고 마시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스무 살 때 엉키고 답답한 심정을 안고 스페인, 그리스, 근중동으로 나그넷길을 헤맸습니다. 서구의 난숙한 문명에는 이미 곪은 냄새가 나더니 동방에 이르자 이국적인 꿈의 샘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동방의 문물은 바이런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그 인상을 기틀로 하여 쓴 것이 장편시 '차일드 해롤드의 순례'입니다. 이것은 차일드가 멀리 여행을 떠나 수천 년 역사의 폐허 속을 헤매며 먼 옛 생각에 잠긴다는 줄거리인데, 이 시가 한 번 세상에 나오자 그 확 트인 자유스러운 시상(詩想)은 대번에 독서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루아침에 눈을 떠 보니 유명해졌더라'라는 말은 바이런이 그 무렵의 감상을 말한 것으로, 친구 토마스 모어가 전한 것입니다.
문예의 형식이 다양화된 현대에서 본다면 한 편의 시가 이처럼 크게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때는 근대 문학의 여명기이며 낭만주의가 막 꽃을 피울 무렵입니다. 바이런의 출현은 마치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동녘의 햇살과 같은 빛깔을 띠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사교계는 쌍수를 들고 홀연 혜성과 같이 빛나는 이 천재 시인을 맞이했습니다. 어느 살롱에서나 바이런의 이름은 마치 주문처럼 사람들의 입에 올랐습니다. 특히 여성들 간의 인기는 굉장했습니다. 재색을 아울러 갖춘 사교계의 꽃 캐롤라인 램은 바이런의 소문이 너무도 유난스러운 데 반발을 느끼며, 처음 소개를 받았을 때는 '위험한 좋지 못한 사람이다.'라고 일기에 썼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남 후로 '그 아름답고 창백한 얼굴은 나의 운명이다.'라고 고백하고, 그 후 광적일 정도로 사랑을 바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바이런은 사교계의 유행아로 끝낼 운명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상원의원으로서 처음으로 의정 단상에 등단했을 때, 당시 가장 비참한 상태로 사회에서 버림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변호하는 과격한 연설을 하여 국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기성의 일그러진 질서에 반격을 가하는 것으로, 인간의 자유를 구하는 불길이 그의 내부에서 격렬히 불타고 있었던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런은 계속해서 종횡으로 솜씨를 발휘하여 낭만적인 시를 써냈으며, 한편으로는 그를 둘러싼 여성들과의 교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의 질서 없는 생활은 사교계의 위선적이고, 형식적인 질서와는 어긋나는지라 빗발 같은 비난의 소리가 그를 더 고국에 있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영국이여! 허다한 결점은 있으나, 나는 역시 너를 사랑한다.」
이렇게 노래한 것은 이때였습니다. 유럽으로 건너가서 '맨프레드(Manfred)' '돈 후안' 등 대작을 낳는 한편, 마음 가는 대로의 분방한 생활은 여전히 세상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서른다섯 살 때, 그리스가 터키의 압정에서 벗어나 독립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을 보자, 사재를 털어 의용군을 모집하여 현지로 향했는데, 말라리아에 걸려 갑자기 죽고 말았습니다.
바이런은 그 작품이 낭만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 자체가 파란에 가득한 하나의 낭만이었습니다.
울어라, 바벨론 강가에서
울어라, 바벨론 강가에서 운 이를 위해
그 사당은 무너졌고, 나라는 꿈이 되었다.
울어라, 깨어진 유대의 거문고를 위해
애도하라 - 신의 땅에 이방인이 산다.
어디서 피 흐르는 발을 그들은 씻으랴
그리고 어디서 시온의 노래는 다시금 들리랴
아아, 어느 날 하늘 소리에 가슴 떨린
유대 노랫가락이 기쁨을 실어 오랴.
유랑의 발길과 슬픔의 마음 지닌 백성
언제나 유랑에서 쉼을 얻으려 하는가
비둘기는 둥지가 있고, 여우는 굴이 있고
사람에겐 나라가 있으나, 그들에겐 무덤뿐이라.
바이런의 시세계는 감미로운 리듬의 연애 시와 비통하고 웅변적인 엘레지로 나뉘는데, 이 작품은 비통하고 웅변적인 엘레지 성격이 강합니다. 이 시는 구약성서에 있는 이스라엘 민족의 바벨론 포로를 소재로 한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유명해졌다.'
유명해지고 좋은 작품을 계속 쓰고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한, 시대의 잘생긴 천재 시인은 서른다섯 살이란 젊은 나이에 급작스레 죽었습니다.
짧지만 극적인 삶을 살고 간 시인, 바이런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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