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지식인, 조광현 할아버지 / 일본 양심 지식인, 오에 겐자부로

조광현(1935~2023)

고(故) 조광현 님은 네티즌끼리 궁금한 것을 물으면 대답해 주는‘네이버 지식’에 ‘녹야’라는 아이디로 2004년부터 지난 2022년 11월 10일까지 20년 가까이 수많은 답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 지난 3월 27일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향년 87세. 고인의 네이버 지식인 답변 수는 5만 3839건이며, 답변 채택률은 70.5%에 달한다. 고인은 ‘하수’부터 ‘절대신’으로 이어지는 19개의 네이버 지식인 랭킹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등급이었다.

 

고인은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치과를 운영했다. 전공인 치아 관련 지식과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인생 지혜가 담긴 답변을 달아 인기를 끌었다. 고인의 우문현답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방송 등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건강이 악화한 후 2017년 2월, 2018년 10월 두 차례 활동 중단을 선언한 적이 있지만 아쉬워하는 팬들의 성화로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다. 고인은 활동을 재개하며 실명 상태에 가까웠지만 돋보기 2개를 겹쳐 사용해 가며 답변을 남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에 겐자부로(1935~2023)

오에 겐자부로는 2차 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회운동가다. 지난 3월 13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은 두 번째 일본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대표작으로 「개인적 체험」이 있다. 전후(戰後) 일본 문단을 이끈 작가이자, 일본 내 자유주의와 진보주의를 상징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겐자부로는 노벨상을 받은 뒤 아키히토 일왕이 문화훈장을 수여하려고 하자 ‘전후(戰後) 민주주의자로서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외국의 상은 받으면서 일본의 훈장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우익단체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후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적 문제에 대한 비판, 천황제와 군국주의, 평화와 공존 등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했다. 국내외 여러 사회 문제에도 참여했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일본의 양심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천황제와 국가주의 등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해 온 작가로서 그는 2015년 반전 평화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그해 한국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계속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독도 문제, 난징 대학살 그리고 일본의 군사 재무장 등 군국주의 회귀에 대해 타협하지 않은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과도 같은 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