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2023. 9. 5. 18:15by 글생도K - People, Books & Life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채백개가 말했다.

기쁨과 분노는 마음속에 있고 말은 입에서 나오므로 신중하고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채백개의 바른말

채백개는 후한 말기에 활동했던 관리이자 학자이다. 경전에 박학하고 문장과 역사에 뛰어났고 음률에도 정통했던 그는 당대 최고의 학자 중 한 사람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영제 때 환관들의 국정 농단을 비판했다고 십여 년 넘게 유배를 당하거나 도망자 신세가 되어 세상을 떠돌아야 했다. 그러다가 채백개는 동탁이 국정을 농단한 환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한 후 중앙 정계에 복귀하게 된다. 동탁은 채백개의 학식과 덕망을 존경했다. 채백개는 잔인무도하기로 악명이 높은 동탁의 측근으로 지내며 바른말을 서슴없이 하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채백개의 불행

하지만 왕윤이 여포를 이용해 동탁을 죽이고 시체를 저잣거리에 버린 후 채백개의 불행은 다시 시작됐다. 왕윤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채백개는 그동안 자신의 간언을 뿌리치지 않았던 동탁의 죽음을 탄식하며 추모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에 크게 분노한 왕윤은 사사로운 은혜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선비가 지녀야 할 큰 지조를 배반했다.”라고 하면서 채백개를 체포한 다음 즉시 감옥에 가두고 옥중에서 처형했다.

채백개는 당시 큰 수치라고 할 수 있는, 얼굴에 글씨를 새기거나 발가락을 자르는 형벌을 청하면서까지 자신이 집필하고 있던 한나라의 역사서를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애걸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명심보감》에 실린 채백개가 남긴 경구

그로부터 천 년의 세월이 지난 20세기 초 활약한 중국의 문호 루쉰은 모든 사람이 죽기를 바랐던 간신이자 역적인 동탁이 죽음조차도 추모한 채백개는 감히 모든 사람의 뜻을 거스르는 말을 하는 용기가 있었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명심보감말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라는 경구를 남긴 채백개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는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과 언행 때문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참화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채백개의 죽음

이렇듯 말로 인해 비참한 죽음을 맞은 그의 이야기는 시경대아에 실려 있는 <()>이라는 제목의 시구를 떠올리게 한다.

 

백규지점 상가마야 (白圭之玷 尙可磨也)

사언지점 불가위야 (斯言之玷 不可爲也)

 

무역유언 무왈구의 (無易由言 無曰苟矣)

막문짐설 언부가서의 (莫捫朕舌 言不可逝矣)

 

흰 구슬에 난 흠집은 오히려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입에서 나온 지 말의 잘못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네.

 

가벼이 쉽게 말하지 말고 함부로 지껄여서 허물을 짓지 말라.

누구도 혀를 잡아서 막아주지 않고 입에서 나온 말을 뒤쫓아 잡을 수 없네.